본 글은 종교와 문화 제37호, 서울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 2019. pp. 1-24. 한국의 비종교인에 대한 연구, 최현종 박사님의 글을 읽고 정리하는 글입니다.
I. 들어가는 말
센서스 조사에 따른 한국 종교인구는 2005년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했지만 2015년 조사에는 9.4% 비율로 약 342만 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5~2005년까지 종교인구의 증가는 한편으로는 산업화 과정에서 사회변동에 따른 파급효과라고 설명할 수 있느냐,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점복신앙, 무속신앙 등 개인적, 주술적 종교형태가 근대화 과정에서 보다 조직적인 종교 형태로 재편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 재편과정을 개신교가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산업화가 어느 정도 마감되고, 이와 함께 복지제도도 정비되고, 종교 형태의 조직화가 어느 정도 완료되면서 비종교인의 증가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비종교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인에 비하면 특성을 분석한 연구가 없다. 비종교인을 이해하기 위하면 이들을 좀 더 세분된 유형으로 구분하고 이에 따른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실정이다. 본 연구는 한국사회의 비종교인의 이해를 위한 시론으로서, 먼저 1) 인구센서스 결과를 토대로 한국 사회에서 비종교인들은 누구인가를 대략적으로 기술하고, 또한 2) 비종교인의 분석을 위한 좀 더 세분화된 범주를 제안하고, 3) 현재 이용 가능한 한국종합사회조사(Korean General Social Survey, 이하 KGSS)의 자료를 통하여 이들 범주의 기본적인 특성을 개관함으로써 앞으로의 한국사회의 비종교인, 나아가 한국사회의 종교와 종교인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위한 기초를 제공하고자 한다.
II. 누가 비종교인인가?: 인구센서스 분석
베인브릿지의 '무신론'(Atheism)에 대한 논문에 따르면, 서구사회의 무신론자는 고학력자, 남성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신이 없는 사회로 잘 알려진 주커만은 ⌜비종교인: 세속적 인간과 사회의 이해⌟에서 남성, 고학력자가 종교를 떠난 탈종교인의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는 자유주의, 진보적 정치성향 그리고 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으면 종교를 떠난다는 결과도 인용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누가 비종교인인가? 인세스에 의하면 남성이 여성보다 비종교인의 증가폭이 더 높았으며, 불교인이 많았던 부산/울산/경남권 불교인이 가장 많이 감소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산층이 많이 거주하는 분당 지역에 비해 비분당지역이 비종교인구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난다. 서울의 경우 강남 3구는 비종교인의 비율이 가장 낮았고(40%대) 증가폭도 낮았다.
정리하자면 비종교인은 남성과 30대 이하의 젊은 연령층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40~50대의 증가폭도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역별 자료에서는 불교인구가 많은 지역의 비종교인구의 증가가 높았으며, 계층별 자료에서는 중산층이 오히려 비종교인이 적고 증가폭도 적은 것으로 보인다.
III. 비종교인의 범주화
비종교인의 범주는 무엇을 중점으로 두냐에 따라 달라진다. 슈톨즈 등의 스위스의 종교분포를 보면 유형을 4가지로 제시했다. 이 4가지를 소위 '종교'와 '신앙'의 이분법적 기준을 따라 분류하면 1) 종교적이고 신앙이 있는 사람들 2) 종교적이지만 신앙이 없는 사람들 3) 종교적이지 않지만 신앙이 있는 사람들 4) 종교적이지 않지만 신앙이 없는 사람들로 특징 지을 수 있다.
스미스의 명시적 무신론과 암묵적 무신론 케이자르와 나바로-리베라의 적극적 무신론과 소극적 무신론은 신의 존재는 명시적으로 거부하는 입장인가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의 부재인가의 경우로 나뉜다. 종교에 대한 구분 기준을 반감인가 무관심인가에 측면에서 기술되기도 한다.
리는 좁은 의미의 무신론이나 반신론이 아닌 세속성으로 구분하며, 비종교인의 하위 범주로 중립적 용어 사용을 제안했다. 반면, 퀙에 의하면, 세속성은 종교가 보다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에 의해 불가피하게 대체될 것이라는 신념과 같은 근대주의적 사고로, ‘근대-전근대’, ‘합리성-비합리성’과 같은 이분법적 구분을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실버 등은 비종교인에 대해서 좀 더 세분화해서 6개의 유형을 제시한다. 첫째, 종교에 무관심한 사람이다. 이 사람들은 무신론, 반신론에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둘째, 반신론자이다. 이들은 종교적 이념 및 제도에 대해 비판한다. 셋째부터 다섯째까지 무신론자/불가지론자이다. 이들은 활동가, 지식인, 제의적 유형으로 세분화한다. 제의적 유형은 무신론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지만 종교의 행위와 가르침의 유용성을 인정하거나 참여하는 자들이다. 여섯째, 구도자적 불가지론자이다. 이들은 종교적으로 회의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지만 종교 및 영적실재에 대해서 열린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다.
서구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4개의 유형으로 범주화를 시도하고자 한다. 현재 유형은 실제적인 경험의 조사에 따라 보다 세분화 혹은 통합적 유형으로 다시 조정이 하기 위한 기초적인 시도이다. 본 연구가 제시하는 비종교인의 범주는 다음과 같다:
1) 반신론자 : 신이 없다고 믿으며 종교에 대해서 부정적(혹은 비판적)인 자.
2)무신론자 : 신이 없다고 믿지만, 종교에 대해서 호의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태도를 지닌 자.
3)비신론자 : 신을 믿지도 않지만 엄격한 무신론자는 아닌 자.
4)준신론자 : 종교를 믿지 않지만, 때때로 신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며, 혹은 운명이나 섭리 같은 것은 적용한자도 생각하는 자.
반신론자의 경우 전투적 세속주의자로 지칭되기도 하며, 종교에 가장 공격적이다. 무신론자는 공격적이지 않지만 자신의 입장을 견지하는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비신론자는 신에 대한 명확한 의견이 없으며, 준신론자는 비종교인임에도 불구하고 종교적 요소를 어느 정도 삶에서 인정하는 유형이다.
이와 같은 범주화의 주의할 점은 한국적 종교-세속의 특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이다. 종교인과 무종교인을 명확히 구분해 온 서구와 달리 동북아 문화권에서는 세속적인 삶의 양식은 지니지만, 거기에 제의적 관습과 다양한 마술적, 미신적, 초자연적 믿음 및 행위가 내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태체로 이러한 형태를 준신론자의 유형에 반영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IV.KGSS 조사를 통해 살펴본 한국의 비종교인 유형별 특성
비종교인 유형과 이에 수반하는 특성의 연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체계적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은 형편이다. KGSS에서도 비종교인을 구분하고 있지 않지만 가장 근접하다고 생각하는 문항을 중심으로 유형별 비율과 그 인구 사회학적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KGSS의 종교 부분 조사가 진행된 것은 2008년과 2018년 2회로, 이 두 데이터를 기초로 자료를 사용하였다. 유형 구분을 적용함에 있어 가장 먼저 참고한 것은 2018년 A형 기준 77번 문항(GODCONC)인 “다음 중 어떤 말이 신에 대한 귀하의 생각에 가장 가까운지 말해 주십시오”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이다. 이 질문에 대한 응답 중 “1 나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로 응답한 사람을 반신론자 와 무신론자의 범주에 해당하는 것으로, “2 나는 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며, 신의 존재를 알 수 있는 어떠한 방법도 없다고 생각한다”로 응답한 자를 비신론자로 분류하였다. 준신론자의 경우, “3 나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어떤 초월적인 힘이 존재한다고는 생각한다”와 “4 나는 신의 존재를 믿을 때도 있고, 안 믿을 때도 있다”에 응답한 자 중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을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류하였다. 무신론자와 비신론자의 구분을 위해 1번 문항에 1 매우 동로 응한 자를 준신론자로 그 외는 무신론자로 구분하였다.
표 7에 의하면 무신론자가 16.6%, 그다음에는 준신론자, 비신론자, 반신론자 순이다. 주커만은 개인의 세속성과 개인화된 종교성 및 영성의 경향이 뚜렷하지 않기에 무신론자가 비신론자/반신론자보다 많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브루스는 세속화가 충분히 진행된 사회에서 적극적 무신론보다는 무관심이 지배적이라고 설명한다. 종교인구의 감소는 비신론자 유형으로 유입된 결과로 추정할 수 있다.
비종교인구의 유형별 성, 연령, 학력, 소득, 정치적 성향을 종교인과 비교한 내용은 위의 표 8과 같다. KGSS의 조사 내용이 본 연구의 유형에 맞데 설계된 것이 아니기에 검증은 실지하지 않고 해당 비율만 제시하였다. 남성의 경우 종교인에 비해 비종교인 인구가 월등히 높았다. 특이 반신론자가 1.6배가량 높았다. 정치적 성향도 이와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매우+다소진보적'인 비율로 계산하면 준신론자가 많았지만 '매우 진보적'으로 계산할 경우 반신론자가 다른 유형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기타 지표 중 20-30대 및 고학력자, 고소득자 비율에 있어서 비신론자와 준신론자가 종교인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20-30대가 높게 나타난 것은 인구센서스의 결과와 일치하나, 고소득자가 많은 것은 앞의 분석과 상반된다. 1)소득이 많은 유형은 비신론자와 준신론자에 한정시켰고(비신론자와 준신론자의 경우 종교인보다 소득이 적었다), 2)인구센서스는 계층 분석이 아닌, 지역적 분석이었다는 면에서 보다 정밀한 경구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KGSS 자료 분석을 종합해 보면, 반신론자가 종교인에 비해 남성/매우 진보적 특성이 두드러지지만, 연령, 학력, 소득에 있어서는 오히려 비신론자와 준신론자가 종교인과 다른 특성을 보인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또한 인구센서스와 KGSS 자료 모두 비종교인에 있어 남성과 젊은 연령층(30대 이하)의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V. 나가는 말
본 연구는 비종교인을 이해하기 위한 시론으로서, 1) 인구센서는 결과를 토대로 비종교인이 누구인가를 대략적으로 기술하고, 2) 비종교인을 좀 더 세분화된 범주를 제안하였으며, 3) 현재 이용가능한 KGSS의 자료를 통하여 유형별 특성을 개관함으로써 한국사회의 비종교인 나아가 종교와 종교인에 대한 나은 이해를 위한 기초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인구센서스의 결과 한국은 비종교인이 2015년 기준 56.1%로 종교인에 비해 많았으며, 남성과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층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40/50대 또한 늘고 있는 추세이며 비종교인의 증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구역별로는 증가폭 면에서 불교인구가 많은 부산/울산/경남권이 두드러졌다. 거주지역의 계층별 분포를 추정에 의하면 중산층 이상에서 오히려 비종교인이 적고, 증가폭도 적은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는 나아가 비종교인의 분류를 제안했으며, 반신론자, 무신론자, 비신론자, 준신론자를 구체적인 유형으로 제시했다. 서구와 달리 제의적 관습과 다양한 마술적, 미신적, 초자연적 믿음 및 행위가 내재되어 있는 한국 사회의 경우 준신론자의 유형에 대한 관심이 매우 중요한다.
본 연구에서 제시한 비종교인에 한국 사회에 맞게 경험적 조사를 통해서 다듬어질 필요가 있다. 이론과 경험적 조사는 어느 쪽이 선도하기보다는 서로 보완하며 상호작용을 통하여서 발전할 수 있다. 보완되고, 다듬어질 때 비종교인에 대한 이해는 탈종교화되어 가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분석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고, 한국 사회의 종교에 대한 이해도 심화될 수 있을 것이다.
'철학책 정리 > 종교문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지종교의 '종교' 개념 고찰 (0) | 2023.08.30 |
---|---|
다종교 사회의 종교문해력 (0) | 2023.08.14 |